
1. '더 파더' 영화 줄거리
주인공 '나'는 런던에서 평화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무료한 일상속에서 '나'를 찾아오는 건 딸 '앤' 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앤이 갑작스럽게 런던을 떠난다고 말합니다. 그 순간부터 앤이 내딸이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잠깐 밖으로 나간뒤 얼마 후 웬 낯선 여자가 집으로 들어와서는 자기가 딸 앤이라고 말합니다. 기억은 점점 엉키고 뒤섞이고 내 모든 기억들이 낯설어지기 시작합니다. 집도 내집이 아니고 딸의 집이라고 하고 모르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나갔다 합니다. 기억이 오락가락 하기 시작하고 모든 것이 혼돈의 상황으로 빠지게 됩니다. 이 현실과 사랑하는 딸, 그리고 심지어 나 자신까지도 모든 것이 점점 더 의심스러워 집니다. 늘 당당하고 위엄이 있었던 '나'였지만 갈수록 초라해지고 결국 '나'가 누구인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결국 요양병원에 있는 자신의 현실을 깨닫게 되면서, 엄마가 보고싶다고 눈믈을 흘리자 간호사가 따뜻하게 안아주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2. 탄탄한 각본과 배우들의 명연기
감독 플로리안 젤러는 프랑스의 소설가, 극작가 그리고 감독입니다. 연극으로 활동하다 이 영화의 각본 각색을 맡고 첫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는 데 첫 작품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2012년 그가 만든 연극을 바탕으로 2020년 앤서니 홉킨스와 올리비아 콜먼이 주연한 영화로 만들어 졌습니다. 연극 '더 파더' 는 2012년 파리에서 공연이 시작되었고 몰리에르 어워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런던 및 브로드웨이에서도 공연되어 토니상과 올리비에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래서 각본이 탄탄하고 이미 연극으로 검증 되었습니다. 또 이 영화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각색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양들의 침묵>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앤서니 홉킨스는 '양들의 침묵'뿐만 아니라 <한니발>, <두교황>등 61년 동안 다수의 영화에서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펼쳤던 연기파 배우입니다. '양들의 침묵'에서의 섬뜩한 연기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 <오리엔트 특급살인>, <더 랍스터> 등 주연과 조연으로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올리비아 콜먼, 두 연기 잘하는 배우의 조합이 좋았습니다. 앤서니 홉킨스는 1937년 영국태생으로 85세입니다. 80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카리스마 있고 연기에 힘이 있으며 치매환자의 역할을 너무나도 훌륭하게 소화했습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올리비아 콜먼 역시 영국 출생이고, 1974년 생으로 영화 <더 페이버릿 : 영국의 여자>에서 주연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여왕의 모습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3. 치매의 공포
이 영화 '더 파더'는 한 치매 노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상당히 흥미롭고 몰입이 되는 소재였고 한편으로는 공포영화만큼 무서울 수도 있는 주제의 영화였습니다. 앤서니 홉킨스의 연기를 통해 혼란스럽고 도저히 갈피를 못잡겠고 두렵기 까지한 내면의 갈등과 혼돈을 간접적이나마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것이 영화의 순기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100세 시대가 되면서 누구나 치매에 대한 걱정이 있을 것이고, 혹은 이미 가족중에 치매환자가 있는 경우도 많아서 더이상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습니다. 국가에서 치매환자에 대한 케어를 신경쓸 정도로 이제는 사회현상으로 인식해야 할 문제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치매환자가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많지만 치매환자 시점에서 경험해 볼 수 있는 영화는 처음인데 연기가 리얼해서인지 더 공감이 되었습니다. 간접체험이긴 하지만 모든 상황이 뒤죽박죽이고, 다른 사람들은 전부 나를 공격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내 물건도 다 빼앗아가고, 모든 것이 의심스럽고 결국은 나 자신까지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얼마나 슬플까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치매환자에 대한 더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가져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환자 가족들도 환자의 무너져가는 모습들을 보며 얼마나 힘들고 마음이 아플지 상상할 수도 없는 아픔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일 수도 있는 앤서니 홉킨스의 인생연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배우의 연기덕분에 더 몰입해서 보게 되고 공감하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잠깐만 기억이 사라져도 멘탈이 나가는 데 모든 기억을 점점 잃게 된다니 생각만해도 두렵습니다. 누구나 이런 병에 걸리지 않길 바라지만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건강하게 인생을 살다가는 건 정말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