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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빙 빈센트,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by 램프지니 2022. 1. 24.

1. 작품같은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

이 영화는 오디션으로 선발된 107명의 화가가 2년 동안 직접 그린 62,450점의 유화그림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입니다. 들어간 정성과 시간만 생각해도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그림 그리는 시간만 2년이고 기획부터 제작까지 합치면 총 10년의 기간이 걸린 엄청난 수고와 노력이 결집되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흐의 쓸쓸한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황홀한 고흐 그림만의 매력을 잘 살린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러빙 빈센트'는 아르망이라는 주인공이 고흐의 죽음이 자신에 의한 것인지 타인에 의한 것인지 추적하는 과정을 미스테리 추적물의 형식을 빌려서 풀어갑니다. 시종일관 고흐풍의 그림만을 가지고 엄청나게 많은 화가들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그림양식과 색감으로 마치 한사람이 그린 것 같은 느낌을 냈다는 것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치 고흐 그림속의 인물들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살아생전에 단 한점의 그림만 팔았을 정도로 힘든 생활을 했던 반 고흐의 삶을 추리해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자화상' '아를의 노란 집' '별이 빛나는 밤' '피아노에 앉은 가셰의 딸' '까마귀가 있는 밀밭' 등 고흐의 대표작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반 고흐의 감춰진 삶을 추적해 본다는 각본의 재미가 더해지고 생동감 있는 그림이 스토리에 생명을 불어 넣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돈 맥클린이 고흐를 추모해 만든 'Stary Stary Night' 이 흘러나오면서 마음이 쓸쓸해 지면서도 뭉클한 감동을 전해주었습니다. 

2. 미스테리적인 스토리 전개

7월 27일 일요일 "오베르에 머물던 37세 네델란드 출신 화가 반고흐가 권총자살을 시도했으나 부상에 그쳤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지 이틀 후에 사망했다" 는 신문기사를 소개하며 영화가 시작됩니다. 반고흐의 사망 1년 후 빈센트와 친구로 지낸 우체부가 술에 취해 있는 그의 아들 아르망을 찾아와서 빈센트의 편지를 동생 테오에게 전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아르망은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 프랑스로 떠나고 그곳에서 테오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고흐의 죽음을 동생보다 더 슬퍼했다는 주치의 가셰박사의 태도에 의심을 품게 되고 오베르로 가서 주변 인물들을 만나봅니다. 그 과정에서 가셰박사의 딸 마그리트도 만나고 라부여관에 가서 빈센트가 숨을 거둔 방에서 묵으며 나름의 조사를 계속합니다. 괴롭히던 젊은이들, 그가 들고있던 총, 움막에서 들렸던 총소리 등 단서를 찾아가던 중 가셰박사가 빈센트에게 해서는 안되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안그래도 정신적으로 위태로운 빈센트에게 형으로서 안그래도 미술품의 지원을 받고 있는 와중에 동생에게 더 짐이 되고 있다는 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말이 트리거가 되어 후에 반 고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 같다는 가셰박사의 말을 듣게 됩니다. 아르망은 테오의 부인이 빈센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 생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서, 그녀에게 전해주길 바란다면서 가셰박사에게 편지를 전달합니다.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아르망은 테오의 부인으로 부터 온 빈센트의 편지 사본을 아버지와 함께 읽으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3. 모두의 별이 되어

고흐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아직까지도 미스테리로 남아있습니다. 그의 삶 자체가 드라마틱 해서 영화의 소재가 되기에 충분한 데, 그의 죽음을 추적하는 미스테리 애니메이션이라니 발상이 참 기발한 것 같습니다. 그의 그림들만 가지고 주변 인물들과 스토리를 만들어 내다니 반 고흐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이런 영화를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극적인 빈센트의 삶이 안타까우면서도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그려진 그의 그림들이 더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스토리상으로는 타살에 더 비중을 실어주는 느낌이었는데 저는 왠지 자살쪽으로 더 마음이 기울어 졌습니다. 그의 죽음으로 크게 이득을 볼 사람도 없고 크게 원한을 살 일도 없는 것같고 결정적으로 귀를 절단했던 전력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살인지 타살인지 여부보다 그의 짧은 생애가 더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현재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가장 사랑받고 있는 화가가 되었지만 살아 생전에는 궁핍하고 동생말고는 의지할 데도 없는 비참하고 외로운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까칠하고 예민하기만 할 줄 았았던 고흐가 마음 따뜻한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 '러빙 빈센트'였습니다. 고흐의 생각처럼 죽음이 고흐를 별로 데려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 봅니다. 그는 가고 없지만 그의 예술은 영원히 우리 마음속에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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