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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리쉬 피자 : 뜨거웠던 여름날의 청춘 로맨스영화

by 램프지니 2022. 2. 13.

1. 폴 토마스 앤더슨의 자전적 이야기

이 영화 '리코리쉬 피자'는 감독인 폴 토마스 앤더슨 자신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가 경험을 했거나 들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영화입니다. 감독이 태어나고 자란 '산 페르난도 밸리' 라는 지역이 이 영화의 주요 배경입니다. 산 페르난도 밸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북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청춘시절을 추억하며 만든 이 영화는 풋풋한 첫사랑 영화이자 성장영화입니다. 그러나 기존의 청춘영화와는 다른 포맷으로 영화는 흘러갑니다. 첫 등장씬이 감독이 실제 봤던 남녀의 모습에 영감을 받았다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첫눈에 운명이라 생각하는 15살 소년 개리와 끌리긴 하지만 10살이라는 나이 차이 때문에 거리를 두는 알라나는 자꾸 어긋나게 됩니다. 아역배우 출신의 조숙한 개리와 달리 자존감 낮고 사진관 조수로 일하면서 비전도 없는 알라나는 처음부터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었습니다. 첫사랑의 풋풋함이 있지만 내면적인 갈등에 더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70년대 오일쇼크도 나오고 물침대를 판매한다거나 핏볼장 사업을 하고 당시 선거사무실의 모습 등 감독이 자신의 추억을 돌아보는 것 같습니다. 배경음악도 60~70년대의 팝송들이 많이 나옵니다. 주인공 개리역의 쿠퍼 호프만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페르소나인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아들입니다. 실제 나이는 17살이라고 합니다. 여주인공 알라나 하임은 '하임'이라는 세자매로 구성된 밴드의 가수입니다. 감독이 이 밴드의 뮤직비디오를 찍게 되면서 친분이 있었고 같은 지역 출신인 그녀를 이 영화에 캐스팅하게 됩니다. 둘 다 이 영화가 데뷔작이라고 합니다. 신인 배우들과 달리 유명한 실존인물들을 연기한 유명 배우들의 앙상블이 재미를 더해줍니다. 

 

2. 리코리쉬 피자의 의미

제목인 리코리쉬 피자는 이 영화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감독의 예전 영화에서 나왔던 레코드샵 체인 이름입니다. 실존했던 남부 캘리포니아의 추억의 래코드샵 이름입니다. 리코디쉬 피자의 약자인 LP는 레코드판을 뜻합니다. 리코리쉬 피자는 해석하면 감초피자라는 뜻인데 감초의 검은색과 피자의 둥그런 모양이 레코드판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 영화에서 70년대 팝송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시대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제목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브래들리 쿠퍼는 영화 제작자 존 피터스역을 맡아서 시크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실소가 나오는 장면도 있습니다. 윌리엄 홀든을 연기한 숀팬이 한국의 도곡산을 언급하는 장면이 있어서 비하인드가 궁금했습니다. 알고 보니 실제 배우인 윌리엄 홀든이 1954년 한국 전쟁을 다뤘던 '원한의 도곡리 다리'라는 영화에 출연했던 모습을 재현한 것입니다. 이영화는 제목부터 그렇듯이 지극히 미국적인 영화라 호불호가 갈릴 듯 합니다. 하지만 청춘의 재기발랄함이 내 젊은 날의 방황과 사랑을 추억하게 만듭니다. 미숙하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운 시절입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팬인 이동진 평론가는 이 영화에 대해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영화라는 평을 남겼습니다. 개리와 알리나가 서로를 찾아 달리다가 결국 마주치게 되는 장면은 망원렌즈로 찍어서 더 낭만적으로 연출했습니다. 영화 졸업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레트로 감성으로 가득한 영화입니다.

3. 뜨거운 여름날의 청춘 이야기

이 영화에서 개리와 알리나는 10살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개리가 둘의 만남은 운명이라고 생각한 것 처럼 나이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둘다 미남 미녀도 아니고 지극히 평범한 외모를 하고 있고 헤어와 메이크업도 최소한으로 해서 자연스러움을 더해 줍니다. 과장된 연기도 없고 그래서 풋풋함이 잘 살아납니다. 10대인 개리는 어린 나이지만 맞벌이하는 부모님 대신 동생을 돌볼정도로 책임감도 있고, 아역배우를 못하게 되자 사업체를 운영합니다. 그러나 알리사는 20대지만 자존감도 낮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로 비지니스 파트너 관계를 이어나갑니다. 알리나가 운전을 대신 해주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알려주고 개리는 알리나가 사업도 하고 배우에도 도전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하지만 서로가 끌리면서도 여자친구나 남자친구는 아니라고 하고 비지니스 관계라고만 소개합니다. 필요에 의해 이용하는 비지니스 관계가 끝나고 나서야 서로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고 서로에게 달려갑니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지만 개리의 말처럼 서로에게 잊지 못할 존재가 될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해설없이 봐도 좋지만 알고 보면 더 다채롭게 다각도로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리코리쉬 피자' 영화를 본 후 이동진 평론가의 언택트 톡으로 해설을 들을 수 있어서 많은 부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모르고 봤을 때는 내용이 너무 현실감이 없다는 느낌이었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연결이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1시간이 넘는 날카롭고 예리한 분석이 역시 대단했습니다. 이 영화는 유수의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 3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있다고 합니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입니다. 겨울이지만 여름 햇살 같은 로맨스 영화를 한 편 보면서 청춘의 에너지를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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