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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by 램프지니 2022. 1. 19.

1.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영화 줄거리

2살때 부모를 여읜 폴은 그 충격으로 말을 잃은 채 댄스교습소를 하는 두 이모와 함께 삽니다. 이모들은 폴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만들려고 했지만 33살의 폴은 댄스교습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다정하고 아름다운 엄마에 대한 기억과 폭력적인 아빠의 기억, 주인공 폴에게는 늘 혼란스러운 악몽이 되풀이 됩니다. 악몽을 꾸고 일어나 피아노 치고 또 댄스교습소에서 반주하고 좋아하는 슈게트 먹는 것이 반복적인 폴의 일상입니다. 그는 공원에서 우클렐레를 연주하는 중년의 부인을 목격하게 됩니다. 폴은 피아노 조율사 할아버지가 흘린 음반을 가져다 주려다 우연히 비밀정원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그를 반겨주는 건 눈부신 빛들과 실내정원, 그리고 공원에서 봤던 중년부인 마담 프루스트 였습니다. 그녀가 준 아스파라거스 차와 마들렌을 먹고 정신을 잃은 폴은 과거의 상처와 추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폴은 어린 시절 경험한 충격적인 사건으로 트라우마가 생겼고, 그것때문에 자신의 인격형성에 큰 영향을 받고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마담 프루스트 덕분에 깊은 곳에 잠겨 있던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들을 맞추며 트라우마를 마주보게 됩니다. 마지막에는 어릴때 부모님과 갔던 곳으로 부인과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갑니다. 여행지에서 말문을 튼 아기가 '아빠!(Papa!)'라고 말하고 뒤이어 폴도 '아빠(Papa)'라고 말해 주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2. 마르셀 프루스트

이 영화의 원 제목은 <Attila Marcel>이고 영화에 삽입되는 OST도 같은 제목입니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영화입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마르셀 프루스트가 1906년 부터 1922년 까지 쓴 총 7권의 장편소설로 1927년 출간되었습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역작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소설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어떠한 향기를 맡고 그 향에 얽힌 과거의 어느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걸 푸르스트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 단어 자체가 프랑스 작가인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유래한 표현입니다. 이 영화또한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프루스트 현상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과거의 상처와 기억을 찾아가는 폴의 심리를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이러한 면에서 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영화에는 책에서 그대로 발췌한 대목이 나오기도 합니다. "우리는 기억 속에서 무엇이든 다 찾아내게 마련입니다. 기억은 일종의 약국 그리고 화학 실험실 같습니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때로는 진정제가, 어떤 때는 위험한 독약이 잡힙니다." 이 대사가 이 영화를 통해서 들려주고 싶은 메세지라고 생각됩니다. 기억은 해가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3. 폴의 성장기

실뱅 쇼메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동화적인 이야기와, 기억을 엿보며 나오는 장면의 색감과 프루스트의 집과 정원 등 볼거리가 풍성합니다. 게다가 피아노와 우클렐레 등을 활용한 음악들이 귀를 즐겁게 해줍니다. 폴은 어릴 때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기억이 잘못 되었다는 걸 알게 되고 자기의 부모님의 죽음의 진실도 알게 됩니다. 잘못된 기억으로 트라우마를 안고 30년을 힘들게 살았지만, 그는 부모님이 행복했다는 것과 자신이 사랑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프루스트 부인이 '네 인생을 살아(Vis ta vie)'라고 말해준 대로 이모들로 부터 벗어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독립된 어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폴이 피아노 대회에 나가서 어릴적 보았던 개구리 밴드와 같이 연주하는 장면은 너무 기발하고 위트가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성장하면서 아이의 인격형성에 매우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동시에 나쁜 기억은 흘려 보내고 앞으로 좋은 기억을 만들어 나가면 된다는 것을, 그건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행복을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기억을 찾는 동안은 슬프지만 결국 기억을 다 찾고 나서야 슬픔을 잊게 됩니다. 과거의 기억에 얽매여 아직도 힘겨워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마주하고, 연고를 발라주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새살이 돋게끔 해서 과거의 나를 벗어나 성숙한 나만의 삶을 살라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용기를 주는 힐링 영화입니다. 저도 과거의 트라우마를 마주할 용기를 얻었습니다. 아픈만큼 성숙해 진다는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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