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애플 정보
케이트 블란쳇이 제작에 참여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고, 제 2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라고 불리는 크리스토스 니코우 감독의 첫 장편영화라고 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송곳니>, <더 랍스터>, <킬링 디어>, <더 페에버릿 : 여왕의 여자>를 연출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크리스토스 감독이 같은 그리스 감독이기도 하지만 실력도 그만큼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스토스 니코우 감독은 단편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정체성과 상실, 기억 그리고 고통에 관한 모든 질문들을 떠올리게 되었다라고 밝힌 크리스토스 감독은 6년에 걸친 구상 및 집필을 통해 지금의 영화 '애플'을 탄생시켰습니다. 또 <그녀>, <홀리 모터스> 같은 거장 영화감독들의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고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등 다양한 문학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테살로니키 영화제, 덴버국제영화제, 시카고국제영화제, 베니스영화제, 토론토영화제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10개 영화제 수상과 13개 영화제에 노미네이트 되었습니다. 케이트 블란쳇의 말대로 팬데믹 시기에 더욱 시의적절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내가 '어떻게' 기억할 지, '무엇'을 기억할 지, 내가 잊어진다면 '나'는 누구인지 등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관객 각자에게 와닿는 해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와 연결되며 동시에 깊은 공감을 주는 특별한 영화입니다.
2. 영화 '애플' 소개
이 영화 '애플'은 단기 기억상실증이 유행병이 되어버린 세상을 배경으로 합니다. 어느 날 원인모를 단기 기억상실증 유행병에 걸린 '알리스'는 이름도 집 주소도 기억나지 않고 한입 베어문 사과의 맛만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그를 찾아오는 가족이 나타나지 않자 알리스는 무연고 환자로 분류됩니다. 병원에서는 알리스에게 새로운 경험들로 기억과 정체성을 만들어 준다는 '인생 배우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권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알리스는 자신과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안나를 만나게 되고, 함께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사실 알리스는 아내의 상실과 함께 스스로 기억을 상실하기로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누구나 사과를 깎듯이 도려내고 싶은 아픈 기억이 있기 마련입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기발하고 독창적인 발상으로 공감을 불러 일으켜서 평단과 매체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발하고 재미있으며 멜랑꼬리하다'라는 평이 제일 이 영화를 잘 표현한 말인 것 같습니다. 내가 없어진다면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갑자기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기억속의 나의 이미지는 좋은 쪽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 버리고 상실감과 아픔을 겪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인생은 어찌보면 한낱 기억의 편린들에 불과하고 그래서 인생은 덧없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 좋은 기억을 위해 오늘을 살아가고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서 남기는 것 같습니다. 기억은 사라져도 기록은 남기 때문입니다.
3. 제2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할리우드 감독들과는 다른 참신하고 강렬한 영화들을 많이 선보였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 중 특히 '킬링 디어' 를 인상깊게 봤습니다. 때문에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97%을 받은 이 영화 '애플'을 기대감을 안고 보게 되었습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기발하고 참신한 발상으로 너무 무겁지 않게 다뤘다는 점이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요르고스 란데모스 감독이 좀 더 대중적이고 크리스토스 감독이 좀 더 예술영화 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기발함은 그를 닮았지만 결국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천재적인 데뷔작이라는 평을 얻었습니다. 호기심과 열린마음에서 비롯하는 독창성이 크리스토스 니코우 감독을 그리스에서 '가장 기대되는 차세대 감독'으로 수식하게 만드는 핵심인 것 같습니다. 우리에겐 낯선 그리스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더 캐릭터와 상황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날로그 TV같은 4:3 비율의 화면비를 사용하여 아날로그 감성과 영화의 감정에 좀 더 집중하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운전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춤을 추는 것은 기억이 없어도 할 수는 있습니다. 몸은 기억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맛도 아마 뇌세포에 각인된 감각적인 기억때문에 망각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사과를 기억의 상징으로 사용한 것도 신선한 발상이었습니다. 케이트 블란쳇의 극찬처럼 크리스토스 니코우 감독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망각도 우리가 살아가는 데 유용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안좋은 기억들은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정신건강에는 더 도움이 됩니다.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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