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간 vs 로봇
이 영화 '엑스마키나'는 유능한 프로그래머 '칼렙' (돔놀 글리슨) 이 사내 이벤트에서 1등을 해서 세계최대 검색 엔진 회사의 회장 '네이든' (오스카 아이삭)과 일주일을 보내게 되는 이야기 입니다. 칼렙은 외부엔 알려지지 않은 그의 비밀 연구소로 초대받은 것이었고, 회장이 개발한 A.I의 인격테스트에 참여시키려고 여기에 데려 왔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는 '에이바' (알리시아 비칸데르) 라는 '네이든'이 창조한 매혹적이고, 지금까지 발명된 것중에 가장 놀라운 존재인 인공지능 로봇을 만나게 됩니다. 그는 생각하는 로봇의 등장이라는 과학의 획기적인 역사적 순간의 중심에 서있었지만 로봇의 윤리적인 문제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녀의 인격과 감정이 진짜인지 아니면 프로그래밍 된 것인지를 밝히는 테스트를 진행하지만 에이바도 네이슨도 심지어 칼렙 자신의 존재조차 믿을 수 없게 되고 모든 것을 의심합니다. 이 영화는 '인간'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인간이 생각을 한다는 것, 그리고 의식이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지에 대해 깊이 파고듭니다. 우리는 호모사피엔스로서 우리가 계승한 네안데르탈인이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대해 안좋은감정이 있지는 않지만, 우리가 더 낫다고 더 진화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처럼 우리 인간은 A.I 에게 아프리카의 화석과 같은 존재가 될 거라고 감독은 말합니다. 로봇들이 우리보다 진화되고 더 똑똑해지고 오래 산다면 과연 우리가 로봇보다 우위를 점령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2. A.I의 반격
예전에는 로봇이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친근한 이미지 였다면, 알파고가 인간을 이기는 시대가 된 지금은 미래에 오히려 인간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드러내는 영화들이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로봇의 발달 속도가 인간을 능가해서 지능을 가지고 스스로 생각도 할 수 있는 인격체가 된다면 인간을 지배하는 공포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원래 A.I를 만든 목적은 인간이 꺼려하는 힘든 일을 대신시키기 위한 것이었고,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통제하듯이 지금은 A.I를 통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늘 이런식의 통제는 반란을 일으키고 혁명의 불씨가 되었기에 A.I의 반란도 충분히 예측해 볼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영화 초반에는 A.I와 인간의 사랑을 그리는 듯하다가 후반부 갑작스러운 분위기 반전으로 A.I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에이바'같이 인간처럼 생각하고 인간과 구별이 안되는 A.I가 탄생한다면 어떻게 될 지, 정체성의 혼란이 올 것 같고 누구도 믿을 수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인간적인 것이란 무엇인지, A.I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 인간과 공존할 수 있을지, 인간과 A.I는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3. 색다른 SF 영화
제목인 '엑스 마키나'(라틴어 : (Deux) Ex Machina) 는 문학 작품에서 결말을 짓거나 갈등을 풀기 위해 뜬금없는 사건을 일으키는 플롯장치를 말한다고 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에이바가 엑스 마키나라고 추측됩니다. A.I를 소재로 한 SF영화는 많지만 이 영화는 뻔하지 않은 스토리라서 더 인상깊게 남아있습니다. 화려한 액션이나 스펙타클한 영상도 없고 스토리는 어떻게 보면 단순하지만 캐릭터들의 심리적인 변화를 잘 보여준 깔끔한 영화입니다. 피조물이 창조자를 능가한다면 어떤일이 벌어질까? 하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본연의 인간성을 상실해 가고 있는 인간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인간보다 더 인간같은 존재가 나타난다면 그것을 인간으로 봐야 하는지 신인류로 봐야 되는 건지 참 어려운 주제인 것 같습니다. 로봇이 인간같아 진다면, '네이슨'이 에이바 이후의 모델이 개발되면 '에이바'를 폐기할 계획이라는 소리를 듣고 '칼렙'이 갈등하듯이 윤리적인 문제도 개입이 될 것입니다. 칼렙이 추천에 뽑힌 것도 튜링테스트가 가능한 인물로 내정되어 있던 것이고, 에이바가 어느 정도까지 칼렙을 설득해 낼 수 있는 지 테스트를 한 것입니다. 참고로 '튜링 테스트'는 최초의 컴퓨터를 개발한 앨런 튜링에 의해 개발된 것으로, 기계가 제시하는 답이 얼마나 인간다운 대답인지를 평가하는 테스트입니다. 도덕성이 결여된 천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네이든을 통해 보여주고,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어떤 상황까지 갈 수 있는지를 경고해 주는 작품입니다. 충분히 미래에 일어날 수도 있는 스토리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의 결말이 좀 오싹한 데 궁금하신 분들은 이 영화를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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