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노매드랜드
영화 노매드랜드는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그리고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외에도 전세계 시상식에서 200개가 넘는상을 받아서 큰 화제가 되었던 영화입니다. 클로이 자오 감독과 주연인 프란시스 맥도맨드 얘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최초의 아시아 여성감독입니다. 주로 미국 중서부를 배경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세미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한 영화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원작은 미국 유랑자들의 삶을 다룬 동명의 논픽션 책입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영화는 아니지만 다큐멘터리에 드라마를 가미한 영화같은 느낌이 듭니다. 주인공인 펀과 데이브 역만 배우들이 맡았고 나머지 인물들은 실제로 책에 소개된 유랑민들을 캐스팅해서 영화를 찍었다고 합니다. 주인공 '펀'역을 맡은 프란시스 맥도맨드도 실제 노매드족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현실감 있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미국 엠파이어 지역에서 반평생을 보낸 펀은 오래된 US 석고 공장이 폐업하는 바람에 실직하게 되고 남편과도 사별했습니다. 펀은 생활고를 겪게 되고 유일하게 남은 낡은 밴을 집 삼아서 길위에서 지내게 됩니다. 우연히 유랑자들 모임에도 참여하게 되고, 일거리를 찾아 떠돌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또 헤어집니다. 자신의 집에서 함께 지내자는 제안을 받기도 하지만 자유로운 노매드의 삶을 포기하지 못합니다. 광활한 서부의 풍경을 마주하며 인생을 배우고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경제적인 이유든 가족을 잃은 슬픔이든 다양한 이유로 길위의 삶을 선택한 이들을 만나면서, 연대를 통해 서로 상실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또 살아갈 희망을 얻게 됩니다.
2. US의 의미 (연대의 힘)
공동체와 우리라는 개념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홈리스 들이지만 집(house)이 없는 것이지 홈(home)이 없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어려운 형편이지만 그래도 서로 도와주고 연대감을 느낍니다. 가족은 아니지만 길위에서 생을 마친 유랑자를 같이 추모해 주는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석고 회사 이름이 US라는 것이 상징적이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노매드의 사전적 의미는 '유목민'을 뜻하고 미국에서는 21세기 유랑 부족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밴이나 여행용 트레일러 등을 개조해 주거지로 삼고 있습니다. 중산층에서 몰락한 이들은 자신들을 '홈리스'가 아니라 '하우스리스'라고 부릅니다.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면서 노동생활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요즘은
심지어 장소에 국한받지 않는 디지털 노매드족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미국에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격고 있는 소외된 사람들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줍니다. 감독은 중국인이지만 미국에 정착해서 활동하고 있고, 언제나 외롭고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미국 오스카상에서는 요즘 아시아 감독들의 부상이 눈에 띄게 보입니다. 재작년에는 봉준호 감독이 상을 받았고 작년에는 클로이 자오 감독이 영화 '노매드랜드'로 상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드라이브 마이카'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수상이 유력하다고 합니다. 최근 아카데미가 다양성을 보여주는 쪽으로 가고있다는 점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장점이 이런 다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영화들이 많이 나와서 다양한 사회의 모습을 조명해 주기를 바랍니다.
3. 로드 무비
이 영화는 밴을 집삼아 다니는 주인공의 길위에서의 여정을 보여주는 로드무비입니다. 주인공의 시선으로 주인공의 나레이션으로 담담하게 영화를 그려갑니다. 이 길위의 여정은 우리의 인생과 같습니다. 세상을 담고 있습니다. 만났다가 헤어지고 서로 어울리고 또 다시 힘을 얻어 앞으로 나아가고 그리고 다시 돌아옵니다. 이 영화에는 다양한 이유로 노매드족이 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금융권에서 일하다가 뛰쳐나온 사람, 두딸을 키우며 부지런히 살았지만 턱없이 부족한 노후연금 때문에 길 위로 나세게 된 노인, 미국 곳곳을 돌며 자연속에서 여행하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던 사람 등 그 사연도 다양합니다. 결코 낭만적이지 만은 않지만 낭만과 자유를 찾아 떠난 이들의 사연이 우리들의 삶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삶이라는 여정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서 자유를 택한 사람들을 같이 여행하면서 만나보는 느낌입니다. 정착하고 싶은 욕구도 있지만 자유롭게 떠나고 싶은 욕구도 공존합니다.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추구하느냐, 조금 불편하지만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싦을 택할 것인지 고민하게 합니다. 집이라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우리는 따뜻한 가정이 아니라 집에 너무 집착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돌아보게 됩니다. 삶은 고달프기도 하지만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펀이 가지고 있던 마음의 짐을 벗어버리고 자신의 가치를 따라 새로운 여정을 떠나는 장면이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잔잔한 이야기가 단조롭게 흘러가지만 깊은 울림과 감동이 있고 여러번 의미를 곱씹게 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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