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달리의 젊은 날의 초상 '리틀 애쉬'
초현실주의의 거장 스페인의 살바도르 달리하면 트레이드 마크인 콧수염과 늘어진 시계그림으로 많이들 알고 있지만 정작 달리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또한 DDP에서 열리고 있는 살바도르 달리전을 보고 나서야 달리의 생애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달리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세트작업에도 참여하고 돈키호테 삽화도 그리는 등 다얀한 활동을 많이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달리의 생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싶었고 그렇게 이 영화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왕립미술학교에 진학한 18살의 달리가 후에 스페인의 유명한 시인이 된 페데르코 가르시아 로르카와 거장 영화감독이 된 루이스 부늬엘을 만나게 됩니다. 창의적이고 재능있는 세 사람은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서로의 우정을 나눕니다. 그리고 1920~30년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스페인의 격변하는 시대속에서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이루기 위해 힘씁니다. 주로 달리의 젊은 시절을 보여주는 이 영화의 제목 '리틀 애쉬'는 달리의 1928년 그림인 '세니시타스(작은 재, Little Ashes)에서 가져왔습니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인지 세사람 모두 대단한 아티스트들이 되었다는 점이 놀랍고, 예술과 사랑을 탐닉했던 젊은 날의 달리의 모습을 들여다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2. 꿈의 해석
달리는 엄청나게 많은 그림들을 모작하기도 하고 자기식으로 해석하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 갔습니다. 당대 최고의 화가 피카소를 존경하고 영향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미켈란젤로 같은 천재 예술가들과 닮고 싶어 했습니다. 실제로 자신을 천재라 칭하며 독창적인 예술세계로 당대를 뒤흔든 초현실주의 대표 화가입니다. 특히 '밀레'의 그림은 고흐뿐만 아니라 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는데, 달리도 밀레의 '만종'을 인상깊게 보고 자신의 작품의 모티브로도 사용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현실 너머의 초현실과 의식 넘어의 무의식을 보여주는 달리의 특별한 표현 방식은 우리의 눈과 사고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줍니다. 초현실주의 화가들에게 냉소적인 프로이드 조차 유일하게 달리의 그림은 인정해 줬다는 것만 봐도 그가 꿈의 세계를 세밀하고 디테일한 묘사를 통해 현실로 보여주는 능력이 얼마나 탁월한지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일생을 열정적으로 살면서 새로운 시도와 실험을 계속 했습니다. 수학 과학 영화 연극 디자인 패션 광고와의 콜라보 등 다양한 활동을 했던 것만 봐도 달리의 열린 마음과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알 수 있습니다. 그의 풍경화 그림들에 자주 등장하는 모티브들이 있는데 그것은 개미, 소녀가 줄넘기 하는 모습, 지팡이, 늘어진 시계, 사이프러스 나무, 밀레의 만종, 코끼리, 전화기와 가재 등 입니다. 그의 초현실적인 꿈의 세계, 무의식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이런 상징들을 알고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3. '살바도르 달리' 전시회
독창성과 창의성이 뛰어난 괴짜 화가, 달리의 국내 최초 대규모 회고전이 3월 20일 까지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디자인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오후 1시 전에 들어가서 줄을 서고 입장하진 않았지만 관람을 마친 후 나와보니 긴줄이 늘어서 있는 걸 보고 평일임에도 달리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초현실주의 그림, 카이저 수염으로만 알고 있었던 달리의 몰랐던 이야기와 다양한 작업물들을 볼 수 있어서 무척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달리의 그림을 모티브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 너무 환상적이었고 시대를 앞선 달리의 작품은 현대 미디어 아트로 작업하기에도 좋은 소재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달리의 대표작들이나 많은 회화 작품들을 볼 수 는 없었고 삽화가 많은 것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달리가 제작한 단편영화등 쉽게 보기 힘든 자료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이지만 그의 뮤즈인 '갈라'만을 죽을 때까지 평생 사랑한 순애보가 있었다는 사실도 의외였습니다. 푸볼성을 선물로 줄 정도로 사랑했던 갈라가 세상을 떠난 뒤로 힘들어 하던 달리는 85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납니다. 사랑과 예술이 달리 인생의 전부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타고난 천재이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탐구하고 상상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칭이 아닌 모두가 인정하는 천재화가가 되지 않았을까 전시회를 보며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달리 전시화를 보고 그의 삶이 궁금하다면 영화 '리틀 애쉬'를 한번 찾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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