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술로 인생이 바뀔 수 있을까?
덴마크 영화는 볼 기회가 많이 없는데다가 매즈 미켈슨이 출연하는 영화라, 게다가 술에 대한 실험 영화라니 도대체 어떤 영화인지 호기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습니다. 결론은 매즈 미켈슨의 연기가 기대 이상이라는 것과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를지 않은 그들의 모습에 많은 공감이 되었습니다. 중년의 마르틴, 톰뮈, 페테르, 니콜라이는 같은 고등학교에서 역사, 체육, 음악,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입니다. 의욕도 없고 버릇없는 학생들을 상대하며 열정도 식어버리고, 매일 지루하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니콜라이의 4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 알콜 농도 0.05%를 적당히 유지만하면 창의성이 높아지고 삶에도 활력이 생긴다'는 한 심리학자의 가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그리고 마르틴은 곧바로 실행에 옮기게 됩니다. 평소보다 수업시간도 활기가 넘치게 되고 가족간의 관계도 좋아졌다는 마르틴의 말에 나머지 세 친구들도 이 유쾌한 실험에 참여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소재와 뛰어난 연출력과 연기력으로 즐겁고 유쾌하지만 애잔하게 다가오는 영화입니다. 감독은 영화 '어나더 라운드'에 대해 "인생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삶의 포용과 놓친 것에 관한 이야기" 라고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술을 통해 인생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독특하고 흥미진진합니다.
2. 중년의 위기
주인공 마르텐은 집에서 교대근무하는 부인과 대화도 없고 자녀들도 대꾸도 잘 하지않는 투명인간 같은 존재입니다. 학교에서도 지루하고 인기도 없는 수업으로 학생과 학부모로 부터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는 질타까지 받습니다.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애잔한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젊은 시절의 활기와 열정은 사라지고 가족들과도 소통이 안되는 중년의 외로움과 서글픔이 주인공의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빛에 담겨져 있었습니다. 술기운을 빌어 자신감도 회복하고 아내와 자식과의 관계도 회복되는 듯 했으나 술도 과하면 탈이 나듯이 오히려 곪았던 상처가 터지고 맙니다. 인생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 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이 실험을 통해 인생에 대한 교훈을 얻고 이제는 알코올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세상에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이 영화는 원래 '알코올이 없었다면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라는 주제의 빈터베르그 감독의 연극용 대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걸 영화화해 보자는 딸 아이다의 아이디어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촬영 4일전에 아이다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이에 아이다에 대한 헌정의 의미로 아이다가 다녔던 학교 같은 반 친구들과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감독의 인생마저도 너무나 드라마틱 합니다.
3. '어나더 라운드'
이 영화의 끝부분에 가르치던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졸업파티를 하면서 함께 어울리는 장면이 있는데, 사람은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면서 한단계 한단계 성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만 들었다고 철이 드는 것이 아니고 번데기가 껍질을 벗고 나비가 되듯이 아픈만큼 성숙해 집니다. 자아성찰을 통해 아픔과 상처를 이겨내고 새롭게 인생 후반부('어나더 라운드')를 맞이해야 한다고 메세지를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소중한 것이 무었인지 돌아보게 됩니다. 마지막 매즈미켈슨의 댄스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엔딩장면에서의 주인공의 자유로운 도약은 '어나더 라운드'로 힘껏 날아오르는 몸짓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유롭게 춤을 추는 매즈 미켈슨이 멋져 보이기도 하고 경쾌한 음악과도 잘 어울려서 그 장면 만으로도 영화를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보는 저는 왠지 눈시울이 붉어지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우리네 인생이 참 슬프고도 애달프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아리면서도 위로를 받는 것 같았습니다. 지루한 일상에 술이 더해지면서 삶이 좀 더 재밌어 진다는 설정이 나름 설득력이 있으면서도 위트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술은 현실을 도피하는 수단이지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하지만 삶에서 와인 한잔 정도는 삶의 윤활유가 될 수 있고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든지 적당한 것이 좋고 노을처럼 자연스럽게 나이들어가는 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와인같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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