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작소설의 영화화
제목이 색다르다고 생각해서 보게 된 이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작가 줄리언 반스의, 맨부커상을 수상한 베스트셀러인 동명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스토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주인공 '토니'는 어느 날 우편물을 하나 받게 됩니다. 이혼 후 런던에서 빈티지 카메라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토니는 그동안 잊고 지냈던, 젊은 시절의 첫사랑 이었던 '베로니카'의 어머니 부고 소식이 담긴 편지를 받게 됩니다. 그녀의 어머니가 자신에게 친구 '아드리안'의 일기장을 유품으로 남겼다는 사실을 편지를 통해 알게됩니다. 유언장에 언급된 일기장을 받기위해 베로니카를 수소문해 40년만에 재회하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운명적으로 재회하게 되었지만 설레는 마음의 토니와는 다르게 베로니카는 그에게 일기장 대신 또 다른 편지 한통을 건네 주고 자리를 떠납니다. 하지만 토니는 편지를 통해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되고, 과거의 기억 속 퍼즐이 하나씩 맞춰질 때마다 전혀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원작자 줄리언 반스는 리테쉬 바트라 감독에게 책의 내용에 충실하지 않는게 좋겠다고 주문했다고 합니다. 감독은 그래서 원작에 없는 토니가 딸 수지의 출산과정을 돕는다는 이야기를 추가하였고 전부인인 마가렛의 비중도 더 늘렸습니다. 결말도 원작과는 조금 다른 해석을 내놓습니다. 원작과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원작이 심리스릴러에 가깝다면 영화는 성장소설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2. 카메라와 기억
이 영화에서 젊은 시절 수업시간에 친구 '아드리안'이 말한 '역사는 불완전한 기억과 불충분한 문서가 만나는 지점에서의 확신이다.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이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인간의 기억은 완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이 사실이 아닌 것일 수도 있다고 이 영화는 이야기 합니다.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듯이 승자들에게 유리한 입장에서 쓰여질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하물며 역사도 이런데 한 개인의 역사는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실대로 남기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기록입니다. 문자나 사진으로 남기는 것입니다. 주인공의 직업이 사실을 기록하는 도구인 카메라를 판매한다는 설정도 의도 되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의 끝에서 이런 토니의 대사가 나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기억에 덧칠을 하게 된다. 기억은 우리 입을 통해 그려지는 이야기다. 남들에게 하는 이야기라기 보다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베로니카와 토니는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베로니카는 심지어 일기장도 태워버렸다고 말합니다. 토니는 잊고 있었던 일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잊을 수 없는 큰 사건 이었기 때문입니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노래가사가 생각납니다.
3. 기억의 왜곡
'역사란 무엇인가, 사실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사실이라고 믿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이 이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쉽지 않은 철학적인 질문들입니다. 오래된 기억일수록 기억이 희미해 지면서 편집된 기억만이 남습니다. 계속 덧칠이 되면서 말입니다. 안좋았던 기억은 사라지고 좋았던, 유리한 기억만 남게됩니다. 그것만이 사실인 것 처럼 조작되고 왜곡됩니다. 어떻게 보면 상처 받기 싫고 생존하고 싶은 본능이 우리의 방어기제로 작동하여 선택된 좋은 기억만을 남기길 원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무심코 했던 말이나 행동이 피해자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같은 사건이라도 서로의 기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남한테 해를 끼친 것만 아니면 꼭 사실대로 기억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토니의 기억에는 없지만 그가 친구에게 쓴 편지가 의도치 않았더라도 친구 아드리안이 죽음에 이르는 원인중의 하나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니는 자신의 기억과는 다른 진짜 과거를 마주했을 때 후회하고 반성을 하게 됩니다.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남기는 사진도 사실을 포착하긴 하지만 단순히 사실만 보여주진 않습니다. 렌즈 자체가 현상을 왜곡시킬 수 밖에 없고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모든 것은 주관적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각자의 경험과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도 과거에 별생각없이 했던 말이나 행동이 타인에게 상처를 준 일은 없는지 되돌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 부터라도 왜곡할 필요가 없는 그 자체로 아름답게 기억될 삶을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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