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티븐 스필버그의 첫 뮤지컬 영화
4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온 스티븐 스필버그가 뮤지컬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약 60년에 달하는 커리어 기간 동안 뮤지컬 장르에는 도전해 본 적이 없는 할리우드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뮤지컬 영화는 어떨지 호기심과 기대를 안고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워낙 유명한 뮤지컬이고 영화로도 예전에 상영되었기 때문에 'Tonight', 'America'같은 유명한 뮤지컬 넘버들은 너무 익숙합니다. 너무 많이 알려진 헐리우드의 대표적인 뮤지컬이라 스필버그 감독은 어떤 식으로 풀었을 지 궁금했습니다. 처음 씬부터, 카메라가 저 멀리서 철거중인 건물들을 비쳐주면서 시작하고 점점 가까이 들어오는 장면이 독특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1950년대 느낌을 내기 위해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서 그런지 시대적인 느낌과 색감이 잘 살아났습니다. 카메라워킹도 춤추는 장면을 좀 더 다이나믹하고 생생하게 보여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앨범을 10살 때 처음 들었고, 리메이크를 하겠다는 오랜 꿈이자 나 자신과의 약속이었던 작품'이라고 말했습니다. "커리어 후반기에 이런 영화를 촬영할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영광이다"라고 인터뷰 했습니다. 예전에 나온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영화에 비해 더 화려하고 카메라워킹도 더 현란해진 느낌입니다. 다만 원작에 충실한 것도 좋은데, 조금 다른 현대적인 해석을 시도해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2.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1957년 뉴욕 맨해튼 빈민가에서 서로의 영역 다툼을 하는 제트파와 샤크파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이 주된 테마입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이민자들인 샤크파와 백인 부랑아들 집단인 제트파는 서로의 영역을 넘보며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앙숙입니다. 감방에서 1년 살다가 나온 '토니'가 제트파에 합류하게 되고 샤크파 리더의 동생인 '마리아'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갈등은 절정에 이릅니다. 결국 두 조직은 사활을 건 결투를 하게 되고 똑같이 피를 보게 됩니다. 복수가 복수를 낳고, 안타깝게도 비극인 로미오와 줄리엣 처럼 사랑이 이루어 지지 않고 비극으로 끝납니다. '토니'까지 죽고 나서야 두 조직의 싸움이 끝나게 됩니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두 원수 가문간의 갈등을 그린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뮤지컬 작품입니다. 또한 1961년에 나탈리 우드, 리처드 베이머 주연의 동명의 뮤지컬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앙숙 사이인 두 가문을 소재로 했다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두 갱단간의 주도권 다툼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나는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이민와서 인종차별을 받으면서 청소부 웨이터 등의 일을 하고 있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갱단입니다. 다른 하나는 폴란드계 백인들이긴 하지만 알코올 중독자나 약쟁이들 같은 부모들에게서 태어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랍니다. 그러다 보니 문제아들이 되서 빈민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랑아들이 모인 집단입니다.
3. 뮤지컬 넘버들
오디션을 거쳤지만 주연배우인 토니역의 '안셀 엘고트'와 마리아역의 '레이첼 지글러'의 노래와 춤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특히 무려 3만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택된 마리아역의 목소리는 천상의 소리처럼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천사같은 이미지와 너무 잘 어울렸고, 토니의 목소리도 감미롭고 화음도 좋았습니다. 스티븐 손드하임이 작사하고 세계적인 마에스트로인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한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들을 다시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좋은 명곡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발라드와 댄스, 오케스트라 연주곡까지 매력적인 OST로 재탄생 시켜 극의 긴장감과 사랑의 감정을 음악으로 잘 살려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춤 또한 다이나믹하면서 재즈 발레, 맘보의 느낌도 나고 눈과 귀가 아주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안셀 엘고트의 키가 워낙 크고 훤칠해서 주인공으로 눈에 확 띄었고 마리아역의 배우는 가녀리지만 사랑앞에서는 당찬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이지만 미국인과 결혼한 할머니역으로 나온 '리타 모레노'는 원작에서 아니타역을 맡았던 배우입니다. 이번에는 '발렌티나'역으로 출연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오랜만에 명작 뮤지컬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스필버그 감독만큼이나 저도 설레었습니다. 스필버그의 작품 중 가장 대규모 스케일에, 캐스팅에도 가장 오랜 시간을 투입하는 등 혼신의 힘으로 공들여 만든 환상적인 뮤지컬 작품을 한번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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