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렌치 디스패치 감독만의 스타일
개인적으로 웨스앤더슨 감독의 영화스타일을 좋아합니다. 특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인상깊게 봤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이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웨스앤더슨 감독만의 독특한 연출 방식과 다양한 배우들의 출연, 위트와 감각적인 비쥬얼을 좋아하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하고 봤습니다. 기대보다는 못했지만 미적인 관점에서는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를 살펴보겠습니다. 가상의 프랑스 도시 블라제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미국에서 프랑스로 건너와 '프렌치 디스패치'라는 잡지를 창간한 편집장 '아서'가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사망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고인은 유언으로 폐간을 원했으나 최정예 저널리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마지막 발행본에 실을 4개의 특종에 대한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줍니다. 저널리스트 마다 다른 포맷의 기사들을 보여주는데 특히 애니메이션이 들어간 자동차 추격씬은 무척 흥미롭고 참신한 발상으로 보였습니다. 마지막 발행본에 실릴 기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자전거를 타는 기자 : 가장 지저분한 동네의 구석구석을 기자가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보여주는 이야기 #2 완전한 걸작 : 감옥에 갇혀있는 천재 화가와 그림의 모델이자 교도관 그리고 미술품 딜러의 이야기 #3 선언문 개정 : 혁명을 이끄는 청년들 제피렐리와 줄리엣의 이야기 #4 경찰서장의 전용식당 : 유명 쉐프 네스카피에를 취재하다가 벌어지는 예측불가한 납치 범죄사건 입니다. 한국계 배우 스티브 박이 쉐프로 나오는 것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렇게 흥미로운 4가지 주제를 각각 다른 스타일로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독특한 연출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화려한 배우 라인업과 예술적인 미쟝센
이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에는 웨스앤더슨의 페르소나이자 앤더슨 사단의 핵심멤버인 틸다 스윈튼, 오웬 윌슨, 빌 머레이, 애드리언 브로디가 총출동하여 다채로운 캐릭터를 탄탄한 연기력으로 보여줍니다. 여기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프랜시스 맥도먼드를 비롯해 레아 세이두와 티모시 샬라메, 시얼샤 로넌 등 헐리우드 라이징 스타들이 합류해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합니다. 이렇게 엄청난 배우들을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 영화라고 생각되고 감독에 대한 배우들의 신뢰와 애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영화속에서 이 배우들을 찾아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가 될 것 같습니다. 웨스앤더슨 감독의 영화는 그림과 같은 구도와 색채 그리고 사각형의 프레임 안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물 흐르듯이 흐르는 점, 그리고 자로 잰듯이 정확한 카메라 앵글이 특징이자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름다운 대칭구조를 이루어서 보는 내내 안정적이고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것 같은 즐거움을 느끼게 해줍니다. 대칭 강박증이 있는 게 아닐까 의심들 정도로 절묘하게 대칭을 맞추는 데 그것이 회화적이고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든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이 부분이 상당히 매력적이고 21세기 최고의 비주얼리스트라는 타이틀이 딱 들어맞는 감독입니다.
3. 잡지같은 영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영상으로 된 잡지 한권을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편집을 잡지와 같은 포맷으로 하고 감독의 아름다운 대칭구조도 이 영화에 역시 빠지지 않습니다. 감독의 창의성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영화였습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를 동경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극중의 스토리와 주인공들도 실제 잡지의 사건들과 기자들을 오마주해서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영화의 스토리라인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좀 당황할 수도 있는 형식의 영화이지만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를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실험적이지만 신선하게 다가 올 것입니다. 감독 스스로 강박적으로 보일만큼 화면 하나 하나를 정교하게 디자인 하듯이 공을 들이는 감독의 스타일은 상업광고에도 사용될 정도로 확실히 눈을 끄는 면이 있습니다. 잡지의 섹션을 보는 것같은 편집 스타일과 부조화 스러운 부분에서 간간이 드러나는 위트는 확실히 웨스 앤더슨만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 세워진 미국 잡지사 '프렌치 디스패치'는 그 지리적 위치와 달리 영어로 글을 쓰고 책을 발간합니다. 영상미와 화려한 색감으로 눈길을 끌고 독특한 구성과 캐릭터로 이야기를 펼치는 감독만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 영화입니다. 확고한 그의 스타일을 다채로운 연출 기법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만 봐도 감각적인 디자인이 눈길을 끕니다. '로얄 테넌바움'이나 '문라이즈 킹덤' 같은 감독의 다른 작품들도 더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중적인 영화보다는 작가주의 영화에 가깝지만 이 감독의 스타일을 좋아하거나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를 찾는 분들께는 강력 추천 드립니다. 이런 잡지가 실제로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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